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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최병광 S스토리] 대한민국 경보의 떠오르는 태양, 최병광

게시일 : 2012-11-09 | 조회수 : 23,778

"얘들아, 먹고 싶은 거 다 담아."


최병광(21ㆍ삼성전자 육상단 경보팀)이 '자신있게' 말한다. 네 명의 동생들이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대형마트를 누빈다. "이제 형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같아요. 동생들이 카트가 넘치도록 담거든요. 저는 '더 담아'라고 하죠. 행복이 쌓이는 기분이랄까. 정말 행복합니다." 

 


 
최병광은 휴대전화에 '2호기' '3호기'로 동생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우리가 5남매거든요. 딱 독수리 5형제죠. 1호기가 먼저 날아야, 2호기 3호기도 마음껏 비행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직 '1호기'는 날지 않는다. 대신 빠르게 걷는다. 최병광은 "그렇게 가속이 붙으면, 언젠가 한국 경보의 대들보로 날아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어요"라고 말했다.

 

희망의 근원지는 삼성전자 육상단이다. "아, 고3. 정말 힘들었어요." 서울체육고등학교 2학년 때 육상 800m에서 경보로 전환한 그는 1년만인 2009년 전국체전에서 고등부 경보 우승을 차지했다. 기쁨은 잠시. 그는 진로를 고민했다. "경보 선수를 특기자로 뽑는 대학이 거의 없거든요. 친구들은 이미 6~7월이면 졸업 후 진로를 확정하는데…. 저는 10월까지 마음을 졸여야했어요." 당시 최병광은 "지금이라도 공부를 해야하나"라고 생각했다.

 

진로변경은 곧 '포기'였다. "정말 포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때 연락을 받았죠." 삼성전자 육상단이 손을 내밀었다. 미완의 대기. 가능성만 봤다. 최병광은 "경보 선수 대부분이 육상을 하다 전환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늦은 편이었거든요. 사실상 고3때, 그 1년만을 보고 저를 뽑아주신 거에요.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어요"라고 떠올렸다. 삼성전자 육상단을 그런 결정을 내렸다. 최병광은 2009년 10월 삼성전자 육상단 입단을 확정했다. 그는 2010년 1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일본경보선수권대회 10㎞에서 42분 51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첫 국제대회라 무척 떨렸는데, 결과가 좋았습니다. 저를 선택해주신 삼성전자에 확신을 드렸다는 점에 더 감사했고요." 그는 흐뭇하게 웃었다.

 


더 멀리 걷기 위해

 

최병광은 서울체육중학교 1학년 때 육상에 입문했다. 주종목은 800m였다. 최병광은 "아주 뛰어나진 않아도 재능이 있었어요"라며 웃었다. 중2때 가족들이 중국으로 떠났다. 어머니 김애식 씨는 "병광아, 같이 중국으로 가자"고 했다. 최병광의 부모님은 그해 중국 선교 활동을 위해 짐을 꾸렸다. 5년의 긴 여정.

 

"저는 여기 남을게요." 최병광은 처음으로 부모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육상에 재미가 붙던 시절이었거든요. 잘 될 것 같았고. 부모님께 '절 한번만 믿어주세요'라고 했죠"라고 떠올렸다.

 

하지만 견디기 힘든 성장통이 왔다. 최병광은 "중 3때 갑자기 키가 크면서 무릎 쪽에 통증이 생겼어요. 참고 뛰려고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더 이상은 어렵겠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라고 했다. 서울체고에 진학한 뒤 결정의 순간이 찾아왔다.

 

경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었다. 최병광은 "경보팀 후배 한명이 훈련하는 걸 보고 코치님께 '쟤보다는 빨리 걸을 수 있겠는데요'라고 말씀드렸죠. 코치님께서 '그럼 한번 해봐라'라고 하시는 거에요. 정말 해봤죠. 그런데 코치님 눈빛이 변해있는 거에요. '경보 한번 해보지 않을래?' 망설이긴 했죠"라고 회상했다.

 

최병광은 고2때 경보 전환을 결심했다. 어머니와의 국제전화. 김 씨는 화를 냈다. 그리고 "경보에 대해서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렇게 비인기 종목의 선수로 남으면 어쩌나.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것 아니냐.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당장 중국으로 들어와 공부를 시작하자. 대학 진학하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최병광의 두번째 반항. "왜 저를 믿지 못하시나요. 한번만 더 믿어주세요." 최병광은 한국에 남았다. 아들과 대립하던 김 씨는 결국 "그래, 정말 마지막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은 해봐라"라고 했다. 최병광은 "돌이켜보면 더 오래 뛰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지금은 더 멀리, 빠르게 걷기 위해 노력 중이죠"라고 웃었다.

 

 

외로움의 길을 걷다

 

경보는 무척 외로운 종목이다. 마라톤은 42.195㎞를 뛴다. 경보는 50㎞를 걷는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마라톤을 올림픽 최장 거리 종목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정식 정목에 50㎞ 경보가 있다. 경보 선수들은 외로움 속에 걷는다. 외로움을 견디는 법. 경보 선수들이 꼭 극복해야할 과제다. 최병광은 어린 시절부터 외로움을 견뎌냈다. 누구보다 밝고, 경쾌하게 웃지만 이면에는 외로움을 견뎌낸 세월이 자리했다.

 

최병광은 "중학교 때부터 숙소 생활을 했잖아요. 다같이 지내는 주중에는 괜찮아요. 저는 부모님이 중국에 계시니 주말에도 숙소에서 지냈거든요. 다들 떠난 주말 밤이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냉장고 소리가 들려요. 괜히 울적한 마음이 들었죠. '자, 어서 잠들어라. 잠들어라.' 제게는 그런 주문이 자장가였어요"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감기라고 걸리는 날에는 외로움이 더했다. "그냥 이불 싸매고 누워 버렸죠. '아이고, 아파라'라는 말은 가슴 속으로 꾹 누르고. 외로워한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더 외로웠죠." 어머니 김 씨는 "청소년기에 아들을 외롭게 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 가슴이 아프다"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2년전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최병광이 경기를 치를 때면 결승선에서 늘 아들을 기다린다. "외롭게 걸어오는 거잖아요. 또 마음이 아픈데, 결승선에서는 늘 씩 웃으며 나에게 와요. 고맙죠. 잘 커줘서." 이제 최병광은 외롭지 않다.

 

 

아버지와 동생

 

"에이, 돌려말하지 마세요. 불편하신 정도가 아니라 청각 장애가 있으세요." 최병광이 '뭘 그런 걸 조심스러워 하느냐'는 어투로 말했다. 최병광의 아버지 최호식 씨는 청각장애인이다. 다들 어렵게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다. 하지만 최병광은 "아버지가 청각장애가 있다"고 머뭇거리지 않고 답한다. "내게는 훌륭하신 아버지거든요. 숨기려고 하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아버지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나 최병광은 "낯 간지러운 말일 수도 있는데, 아버지께는 다른 귀가 있다고 믿어요. 제 심리상태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거든요. 모든 아들이 그렇듯이 제게는 가장 믿음직한 아버지입니다. 어릴 때도 아버지가 그냥 좋았어요. 금전적으로 풍족하진 않죠. 그래도 저는 행복하게 자랐어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명언을 주고받진 않잖아요. 아버지께서는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게 해줄게. 응원한다'고 하세요. 제겐 무엇보다 큰 힘이죠"라고 전했다.

 

따뜻한 성품의 아버지를 보고 자란 최병광은 믿음직한 가장이 됐다. 그는 '직업 경보 선수'다. "부모님과 동생 네 명이 수서에 있는 임대 아파트에 살아요. 저는 숙소 생활을 하니까, 주말에나 가볼 수 있죠. 그런데 가족 생각을 매일 해요"라고 했다.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하면서 그는 '월급통장'을 만들었다. 최병광은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금액이 매달 제 통장에 찍혀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요? '동생들에게 뭐가 필요하지.' 이런 생각이죠"라며 웃었다.

 

최병광은 시험을 앞둔 동생들에게 '내기'를 건다. "몇 점을 넘어서면 선물을 주겠다"는 식이다. 그는 "일종의 '우리집 포상금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시험 때가 되면 동생들이 12시 넘어서까지 공부를 하더라"라고 했다.

 

내기 종목이 다른 동생도 있다. 최병광의 셋째 동생은 서울체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경보 선수다. 그는 "대부분의 경보 선수들이 육상을 하다 전환하거든요. 그런데 제 동생은 처음부터 경보를 했어요. 제 영향이 컸다고 하더라고요. 꽤 잘해요"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동생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 큰 형. 최병광은 '묵직한 책임감'도 즐거웠다. "아, 동생에게 트레이닝복 하나 사줘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장기 플랜

 

최병광을 가장으로 만들어 준 삼성전자 육상 선수단. 최병광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여전히 신기하다. 정말 나는 큰 행운을 잡았다"고 했다. "가장 신기한 건"이라고 운을 뗀 그가 '삼성전자의 장기 플랜'에 대해 설명한다. "삼성전자 육상단에서는 시즌 시작 전에 지도자 선생님들과 선수들이 미팅을 해요. 그리고 다음 해 뛸 대회를 미리 정해놓죠. 그 날짜에 맞춰 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죠. 그런데 그 1년도 '단기'인 거에요. 삼성전자는 3년, 5년 단위의 큰 그림을 그려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을 짜는 거죠. 정말 신기합니다."

 

사실 입단 초기에 최병광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2010년에 정식으로 입단을 하고 의욕이 앞섰어요. '더 훈련하면 기록이 더 단축되지 않겠어'라는 생각이었죠. 코치님들께서 '지금은 조금 천천히'라고 저를 말리시기도 했어요. 그때는 선생님들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죠"라고 떠올렸다. 최병광은 2011년 부상으로 인해 단 한개 대회만 나섰다. "제 욕심 때문에 '플랜'이 어긋났더라고요. 그때 확실히 깨달았죠. '나 혼자 급하구나.' 코치님들의 조언에 더 귀를 기울였어요. 이제는 느껴요.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경보는 100m 달리기가 아니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최병광의 신체적?정신적 성숙도를 분석해 '장기 플랜'을 세웠다. 무턱대고 훈련양을 늘리지 않는다.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짠다. 최병광이 낯설어 하는 '강제 휴식'도 일종의 훈련이다. 최병광은 "사실은 제가 경기하면서도 흥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코치님들이 그걸 말리시느라고 고생 좀 하세요"라며 웃었다.

 

목표, 2016년 브라질 올림픽

 

삼성전자 육상단과 최병광이 세운 장기 플랜의 최종 목표는 2016년 브라질올림픽 출전이다. 최병광은 "아, 브라질"이라고 외쳤다. 꿈의 무대, 올림픽. 최병광에게는 간절한 꿈이다.

 

최병광은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삼성전자에 입단하면서 배운 게 있거든요"라고 했다. "예전같으면 '빨리 2016년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을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일단 기대감이 있어요. '4년 뒤에는 내가 얼마나 성장할까.' 지금 당장은 국제 경쟁력이 없어요. 하지만 성장하고 있으니까. 삼성전자에서 저를 믿어주고 있으니까. 코치님들의 조언을 따라서 걷기만 하면 뭔가 될 것 같은 확신이 들어요. 길게 보고, 4년을 투자하면 기록이 줄어 있을 겁니다. 아직은 기대하지 마세요. 하지만 4년 뒤에는 기대하게 해 드릴게요."

 

최병광은 이미 '제2의 김현섭'으로 불리고 있다. 김현섭(27?삼성전자)은 한국 경보의 대들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0㎞ 경보에 출전했고(17위) 최근에는 전국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김현섭을 통해 사람들은 경보에 대해 배웠다.


최병광의 꿈은 '더 많은 사람에게 경보를 알리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용인에 있는 삼성 STC에 입소해 재활을 했다. 당시 룸메이트가 '인기 종목' 프로야구의 백정현(25?삼성 라이온즈)이었다. 최병광은 "정말 재미있는 형이었다. 형 덕분에 즐겁게 재활할 수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백정현을 보며 깨달은 것도 있다. 그는 "경보에 대해 알리고 싶더라고요. 선수와 선수는 똑같죠. 저는 열심히 걷고, 정현이 형은 열심히 던지면 둘 다 성공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팬들의 시선은 다르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큰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거에요. 그러면 한 분이라도 더 경보에 대해 궁금해하시지 않을까요."

 

 

최병광은 또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면 결승선에 도달한다. '오버 페이스'는 독. 최병광은 "구간 구간마다 힘 조절을 해야해요. 그게 가장 빨리 결승점에 도착하는 길이거든요. 힘든 일 있어도 참을게요. 그게 제겐 힘 조절입니다"라고 했다. 함께 걷는 이들이 있어, 최병광은 웃는다. "가족들, 삼성전자 식구들, 경보하며 만난 분들 모두에게 '잘했다'라는 칭찬을 받고 싶어요. 다 제 몫이죠." 그는 자꾸 웃었다. 왠지 브라질에서 그의 더 큰 웃음을 볼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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