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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삼성전자 육상단 선수들과의 밀접 인터뷰 및 기획 소식을 웹진에 담았습니다.

포커스섹션

대구세계육상 마라톤ㆍ경보 결산

게시일 : 2011-09-19 | 조회수 : 18,823

올해 세계최대의 스포츠축제인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이 9월4일(일) 9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한국은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10개 종목, 톱10 진입`의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으나 남자경보 20km 김현섭(6위)과 남자경보50km 박칠성(7위)만이 10위 안에 들었을

뿐 다른 종목은 세계의 높은 벽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많은 전문가들은 `10-10 프로젝트`가 당초부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고 2명만이 톱 10에

이름을 올린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 사진설명 :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개막식

 

포커스섹션 이번 호에서는 큰 실망감 속에서도 톱10 진입에 성공하며 국민들에게 경보라는

종목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남자경보20km와 50km, 그리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육상의

자존심 남, 녀마라톤의 경기내용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남자마라톤 : 압도적인 키루이의 후반 질주]

 

     <남자마라톤 경기결과>

 

케냐의 아벨 키루이가 원맨쇼를 펼친 경기였다. 2009 베를린세계육상 우승자였던 키루이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아벨 안톤(스페인), 조우아드 가립(모로코)에 이어 사상 3번째로 세계

육상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마라토너가 됐다.


베를린에서 우승할 당시 아벨 키루이는 초반부터 스피디한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해 2시간

6분54초의 대회신기록을 수립하며 골인했다. 최종기록은 좋았지만 페이스의 변화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엠마누엘 무타이, 체가예 케베데 등과 37km지점까지 선두경쟁을 펼치다

마지막 체력싸움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 사진설명 :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한 키루이 선수

 

이번 대구세계육상에서 보여준 키루이의 레이스 전략은 2년 전 베를린 때와 상반된다.

선수들은 대구의 높은 기온과 습도를 고려해 중반까지 느린 페이스로 경기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20명이 넘는 선수들이 선두그룹을 이뤄 하프지점을 통과했다. 선두그룹의 하프 기록은

1시간5분7초였고, 이때까지 한국의 정진혁 선수도 선두에 불과 20여 초 뒤져 있어 상위권

진입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남아있었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키루이의 놀라운 질주가 시작되었다. 20km 이후 그의 랩타임을 살펴

보면 20~25km가 14분43초, 25k~30km는 14분18초, 30~35km는 14분40초로 10000m 한국

기록(28분23초62) 페이스에 육박한다. 10000m의 4배를 넘게 뛰어야 하는 마라톤에서 이

정도의 스피드는 한국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일 수 밖에 없다.

 

키루이가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한 후 25km까지 그를 따라붙은 선수는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선수 4명 뿐이었고, 30km부터는 아예 키루이 혼자서 독주를 시작해 결국 2시간7분

38초에 골인했다. 후반 하프기록은 1시간2분11초. 한국 선수로 이 시간보다 빠르게 하프

마라톤을 뛴 선수는 이봉주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다시 한 번 좌절감이 밀려

온다. 한마디로 키루이는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고, 다른 선수들은 그에게 농락당했다. 2위

빈센트키프루토의 기록은 2시간10분6초로 우승기록과 큰 차이가 있었고,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정진혁 선수는 중반까지 선두그룹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결국 2시간17분

4초(23위)를 기록했다.

 

당초 한국이 메달을 목표로 삼았던 단체전 부분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키루이의

후반 질주를 따라가던 많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완주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에게도 분명 기회가 있었다. 마라톤 강국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3명이 기권했고,

우간다는 출전선수 3명 중 2명이 기권해 단체전 순위집계에 포함되지 못했다. 모로코는

에이스 압데리힘 굼리가 기권했지만 5명 중 3명이 골인해 가까스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단체전 은메달이다. 일본 남자마라톤 역시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밀려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2시간8분 ~ 9분대의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풍부하다보니 이번 대회에서도 7위(2시간11분52초), 10위(2시간

13분10초), 18위(2시간16분11초)로 골인한 선수들의 기록이 합산되어 단체전에서 모로코를

앞섰다.

 

당장 2시간4분대, 5분대의 기록을 갖고 있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개인전 메달을

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지영준을 비롯해 정진혁,

황준현, 김민 등 젊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 실력을 발휘했다면 단체전 은메달의

주인공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마라톤 : 여자마라톤에 부는 케냐의 검은 바람]

 

   <여자마라톤 경기결과>

 

이미 오래 전부터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등 아프리카 선수들이 장악한 남자마라톤에 비해

여자마라톤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강세가 덜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구세계육상을 기점

으로 여자마라톤도 아프리카, 특히 케냐의 초강세가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케냐, 에티오피아, 중국, 일본의 여자마라톤 4강구도에서 중국과 일본

선수들이 지리적으로나 기후적으로 친숙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의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케냐는 캐서린 데레바의 은퇴 이후 걸출한 여자마라토너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국제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된 에티오피아가 케냐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았다.


대회 첫날 아침에 시작된 경기에서 케냐 선수들은 이제 여자마라톤도 자기들의 영역임을

알리는 듯 금,은,동을 휩쓸었다. 단순히 메달을 휩쓸었다는 사실만으로 케냐 여자마라톤의

도약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3명의 메달리스트들이 30km부터 시작된 후반 스퍼트 경쟁에서

다른 선수들과 현격한 실력차이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 사진설명 : 대구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 메달리스트 케냐 3인방

 

30km까지의 경기양상은 이전의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5km 랩타임이 18분을 넘는 느린 페이스로 인해 약 25명의 선수들이 선두그룹을 이루어

레이스가 진행됐고, 이때까지는 일본과 중국 선수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에드나 키플라갓의이 주도한 케냐 선수들의 스퍼트가 시작되자 바로

사라졌다. 키플라갓은 30km~35km를 16분45초, 35km~40km를 16분10초에 달렸고 25명

이었던 선두그룹에는 케냐의 프리스카 젭투와 샤론 체롭만이 남았다. 스피드에서 밀린

일본과 중국 선수들은 이미 35km지점 이전에 뒤쳐졌고, 에티오피아의 아베루 케베데가

안간힘을 쓰며 따라붙어 보았지만 40km를 넘기지 못했다.

 

케냐 선수들이 스퍼트한 30km부터 40km까지의 10km 기록은 32분55초인데, 남자와 마찬

가지로 이 기록 역시 여자10000m 한국최고기록(32분43초35)과 큰 차이가 없으며, 현역 선수

32분대의 10000m 기록을 보유한 한국 선수는 정윤희(대구은행)와 박호선(삼성전자) 2명

뿐이다.

 

금메달을 차지한 키플라갓은 오랜기간 장거리트랙과 크로스컨트리 종목에서 경험을 쌓은 후

마라톤에 입문한 선수로 막판 스퍼트와 순위싸움에 능하다. 케냐는 대구세계육상 여자

10000m에서도 메달을 싹쓸이했고, 5000m에서도 금, 은메달을 가져갈 정도로 장거리 트랙

종목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키플라갓처럼 마라톤으로 전향

한다면 여자마라톤에서도 케냐의 초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먼저 골인한 김성은(28위, 2시간37분5초)과 두 번째로 결승선에 도착한

이숙정(34위, 2시간40분23초) 선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수준과의 격차를 실감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두 선수는 무엇이 부족한지, 그리고 세계수준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아직 20대 초반이고 이제 막 마라톤을

시작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경험한 세계대회가 큰 자극이 되어 앞으로의 발전에

밑거름이 것이라 믿는다.

 

[남자경보20km : 지칠 줄 모르는 폭주기관차 보르친]

 

   <남자경보 20km 경기결과>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러시아의 발레리 보르친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왕 젠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두 선수 이외에도

러시아와 중국의 출전 선수 7명은 모두 우승후보였기에 레이스 초반부터 두 나라의 선수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눈치싸움을 벌였다.

 

탐색전이 계속되며 초반에 느린 페이스로 경기가 진행되자 조르지오 루비노(이탈리아)와

스즈키 유스케(일본)가 선두로 치고 나가 2위 그룹을 30초 가량 앞서며 10km를 40분58초로

통과했다. 200m이상 차이가 벌어지자 루비노와 유스케가 금메달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보르친의 스퍼트가 시작됐다.

 

점점 빨라지는 보르친을 스피드가 좋은 왕 젠이 바짝 뒤쫓았다. 다른 선수들 역시 페이스를

올리긴 했지만 두 선수의 스피드는 너무나 빨랐다. 한 번 시동을 건 보르친은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갈수록 속도를 높였고 앞서 있던 루비노와 유스케는 금방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왕 젠이 사력을 다해 뒤를 따랐지만 15km까지가 한계였고,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 사진설명 :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경보20km 금메달리스트 보르친 선수

 

보르친의 금메달이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15km 이후부터는 김현섭 선수가 포함된 2위그룹의

메달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2위 그룹을 이끈 선수는 세계기록보유자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카나이킨과 복병 페르난도 로페즈(콜럼비아)였다. 보르친이 스퍼트를 시작하는

순간에도 성급하게 나서지 않고 서서히 페이스를 올린 두 선수는 결국 보르친과의 경쟁으로

오버페이스를 한 왕 젠을 마지막 순간에 제치고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현섭 선수 역시 카나이킨과 로페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점점 더 빨라지는

두 선수의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6위로 골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김현섭 선수는 경기 후반까지 선두권에서 경쟁을 펼쳐 약점이었던 지구력이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세계 6위, 이제 한 두 걸음만 더 올라서면 메달이 가능한 순위다. 김현섭 선수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기 위해선 무엇이 더 필요한지 이번 경기에서 보르친을 비롯한 다른

메달리스트들이 확실하게 보여 줬다.

 

김현섭 선수는 지난 여름 30km가 넘는 도로훈련을 반복하며 후반 지구력이 많이 향상되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감이 있다. 10km부터 스퍼트를 시작한 보르친은 이후 속도를 줄이는

법이 없었다. 뒤로 갈수록 페이스는 점점 빨라졌고 이는 다른 메달리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결단을 내리면 골인하는 순간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경쟁자들을 몰아 부칠 수 있어야

승리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김현섭 선수는 16km까지 은메달리스트인 카나이킨과 경쟁을 펼쳤다. 4km를

더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올 겨울 김현섭 선수는 이 숙제를 해결

해야만 내년 런던에서 메달이 가능하다.

 

[남자경보50km : 변수 많은 50km, 새로운 강자 바쿨린]

 

   <남자경보 20km, 50km 경기결과>

 

마라톤보다 긴 거리를 걸어야 하는 철인들의 경기, 아직까지 여성들에게 허용되지 않은

유일한 육상 종목 경보50km.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이 경기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이번 대구세계육상 역시 이런 변수들에 의해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전 세계기록보유자로 2000년대 중반 이 종목 최강자였던 호주의 나단 디에크는 오랜 부상을

딛고 대구세계육상에서 화려한 복귀를 꿈꿨고,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프랑스의 요한 디니즈는 자신이 현재 최강자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두

선수는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에서 나란히 금, 은을 차지하는 등 오랜 기간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다.

 

     #. 사진설명 :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경보50km에 출전한 디니즈, 디에크 선수

 

경기가 시작되자 두 선수의 라이벌 경쟁은 바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올시즌 세계랭킹 1위

세르게이 바쿨린(러시아) 등 다른 우승후보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나단 디에크와 요한

디니즈는 두 선수만의 선두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50km 경기에서 흥분은 절대 금물이다. 15km까지 맨 앞에서 걷던 요한 디니즈는 일찌

감치 3개의 경고를 받고 코스 밖으로 퇴장해야 했고, 디니즈와의 신경전으로 초반에 힘을 뺀

나단 디에크는 30km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져 결국 40km를 넘기지 못하고 경기를

포기했다.

 

초반부터 펼쳐진 두 선수의 자존심 경쟁을 지켜보며 약 100m 뒤에서 둘을 따르던 러시아의

바쿨린은 아마도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결국 바쿨린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도 않고 여유있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50km 경보경기에서 여유있다는 표현은 알맞진

않지만 강력한 우승후보 2명이 어이없이 물러났기에 바쿨린이 예상보다 손쉽게 우승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국의 박칠성은 이 경기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쳐 한국최고기록인 3시간47분13초의

기록으로 7위를 차지했다. 박칠성은 이번 대회가 경보50km 3번째 도전에 불과하다. 경기를

때마다 기록을 대폭 경신하고 있는 박칠성 선수가 내년 런던에서는 얼마나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상당히 기대된다.

 

사실 한국에서 경보50km는 선수층도 가장 얇고, 대회조차 열리지 않는 관심 밖의 종목이다.

그러나 이번 대구세계육상에서 박칠성 선수가 7위, 김동영선수가 14위를 차지해 한국

육상의 최고 효자 종목으로 거듭났다.

 

선수들에게 경보를 시작한 계기를 물으면 모두 "달리기를 못 해서 시작했어요" 라는 똑같은

답이 나온다. 대구세계육상을 통해 경보의 국제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경보에 대한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경보는 못 뛰는 선수가 아닌 잘 걷는 선수가 하는 종목이다.

 

홍창표 과장(cp007.h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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