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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 삼성전자 육상단 선수들과의 밀접 인터뷰 및 기획 소식을 웹진에 담았습니다.

포커스섹션

2011년 상반기 세계마라톤 결산

게시일 : 2011-07-21 | 조회수 : 11,525

이제 대구세계육상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개막일이 다가올 수록 한국 육상은 기대보다

걱정 섞인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목표로 삼은 10개 종목 TOP10 진입이

가능할 지, 개최국 최초로 노메달의 오명을 남길 것인지...

 

이런 걱정과 우려를 해결할 열쇠를 쥔 종목이 바로 마라톤이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육상의 자존심을 세운 종목이 바로 마라톤이었으며, 국민들은 아직까지 한국 마라톤의

저력을 믿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도 남자마라톤 단체전에서의 메달을 기대하며 오래

전부터 합동훈련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세계 마라톤계의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꼭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이번 포커스섹션에서는 올해의 주요 마라톤대회 결과를 종합해 보고, 어떤

선수들이 세계 마라톤을 이끌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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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마라톤> 케냐의 독주, 누가 막으랴?

 

현존하는 최고의 마라토너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를

꼽을 것이다. 90년대 10000m 올림픽 2연패, 세계육상선수권 4연패를 이루고 2002년 마라톤을

시작해 2008년 2시간3분59초의 세계기록을 수립하기까지 그는 무적이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올해 38세인 그도 이제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마라톤에서 기권한 직후 본인에 대한 실망감으로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게브르셀라시에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운동을 시작해 지난 4월 비엔나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00분18초로 우승을 차지해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아직 마라톤에 복귀

하지는 못해, 대구세계육상에도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성기였던 2008년에도

베이징올림픽 마라톤에 불참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는 게브르셀라시에를 비롯해 세계마라톤을 양분해 온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케냐의 독무대가 되었다. 보스턴, 런던, 파리, 로테르담 등 주요 메이저대회 우승은 케냐

선수들의 몫이었고, 기록상으로도 상위권을 휩쓸었다. 아래는 2011년 상반기 남자마라톤 기록

랭킹을 정리한 표이다.

 


2008년 이전까지 2시간6분 벽을 돌파한 선수는 역대 5명 뿐이었으나 이제는 2시간 4 ~ 5분대

선수의 출현은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랭킹10위까지가 2시간5분대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5명의 선수가 2시간6분 이내를 달렸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상위랭킹 10걸 중

4명이 포함됐던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부진과 케냐 선수들의 변함없는 활약이다.

 

 

       #. 사진설명 : 2011년 대구국제마라톤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한 아프리카 선수들

 

올해 가장 주목받는 마라토너는 런던과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2명의 무타이다. 먼저 런던

마라톤 우승자이자 올시즌 랭킹1위인 엠마뉴엘 무타이는 케냐선수 중 가장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상반기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런던 마라톤에 매년 출전해 2008년 4위(2시간6분

15초), 2009년 4위(2시간6분53초), 2010년 2위(2시간6분23초)를 차지한 후 올해 절정의 기량으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2010년 뉴욕마라톤 2위(2시간9분18초) 등 메이저대회에서 계속 상위권에

들고 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에선 2시간7분48초로 은메달을 차지해 더위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 대구세계육상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또 한 명의 무타이는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3분2초의 비공인 세계기록으로 우승한 제프리

키프로노 무타이로 내리막이라고는 하지만 후반부에 언덕이 자리한 보스턴 코스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기록임을 인정해야 한다. 2001년 이봉주선수가 우승할 당시 기록이 2시간

9분43초였던것만 봐도 이 기록이 과연 보스턴 코스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2009년까지 2시간7분대를 달리던 제프리 무타이는 지난해 로테르담에서 2시간4분55초로 2위를

차지하며 특급 마라토너가 되었고, 올해 비공인 세계기록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2009

대구국제마라톤에도 출전한 바 있어 한국 무대에도 친숙하지만 얼마전 훈련부족을 이유로 대구

세계육상 불참을 선언해 그의 초고속 질주를 기대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보스턴에서의

기록이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한 억울함을 표시했던 그는 하반기에 게브르

라시에가 2번이나 세계기록을 수립한 베를린 마라톤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충격적인 사망

 

지난 5월15일(일), 베이징올림픽 남자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사무엘 완지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던 `마라톤 왕국` 케냐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던 완지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2009년 런던마라톤 우승(2시간5분10초),

2010년 시카고마라톤 우승(2시간6분24초)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승승장구하며 세계기록을 깰

0순위 후보로 꼽혔던 선수였기에 케냐는 물론 세계 육상팬들의 충격은 매우 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완지루는 부인과 지난해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 잦은 다툼이 있었고, 이번에는

애인과 호텔에서 술을 마시다 부인에게 발각된 후 발코니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날이 창창한 마라톤 영웅의 죽음치고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사진설명 :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의 사무엘 완지루

 

육상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아프리카 선수들과는 달리 고교시절부터 일본에서 유학하며 기초부터

차근차근 성장해 결국 세계 정상까지 도달한 완지루가 당분간 세계 남자마라톤을 호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은 그에게 뛰어난 마라톤 재능은 주었지만 갑작스럽게 찾아 온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감당할 만한 능력은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적절치 못한 언행 때문에 엄청난 재능을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사그라진 스포츠 천재들이 많다. 오늘도 세계 정상을 피땀을 흘리고 있을 선수들

에게 완지루의 경우가 경기력과 함께 올바른 인성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자마라톤>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2008년 이후 2년간 2시간20분 벽을 넘어서지 못하며 뒷걸음질 치던 여자마라톤 기록은 올해 런던

마라톤에서 마리 케이타니가 2시간19분19초를 기록, 다시 한 번 기록경쟁에 불을 붙이는

양상이다. 특히,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그 동안 남자마라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여자

마라톤에도 어린 선수들을 대거 양성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기록향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올해 상반기 여자마라톤 세계랭킹 15위까지를 정리한 표다.

 

 

케냐가 점령한 남자에 비하면 여자마라톤은 아프리카 라이벌인 에티오피아, 유럽의 러시아와

독일, 그리고 전통의 강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 골고루 강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상위권에 올라 있던 중국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고 있는데,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스인 저우춘슈는 올해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34분29초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고,

베를린 세계육상 우승자 바이수에는 상반기 공식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사진설명 :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여자마라톤 경기.

                           중국 선수인 저우춘슈와 쥬샤오링이 선두그룹을 이끌고 있다.

 

마리 케이타니가 2시간19분대로 랭킹1위에 오르긴 했지만 현재 최강의 여자마라토너를 꼽으라면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릴리아 쇼부코바를 선택할 것이다. 2008년까지 5000m와 10000m

장거리 트랙선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마라톤 데뷔전인 2009년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24분24초로

3위를 차지했고, 같은해 시카고마라톤 우승(2시간25분56초) 이후 2010년에는 런던마라톤

(2시간22분00초)과 시카고마라톤(2시간20분25초)을 모두 석권해 1990년대 세계 최강이었던

러시아 철녀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여자마라톤 왕국인 일본은 상반기에 2시간30분 이내를 기록한 선수가 14명일 정도로 두터운 선수

층을 자랑하지만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노구치

미즈키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2시간23분 벽을 넘는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고, 자국에서 개최

되는 대회를 제외하고는 굵직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위의 표에서 마라톤에서는 생소한 국가의 선수가 눈에 띄는데 바로 스웨덴의 이사벨라

안데르손 선수다. 케냐출생의 그녀는 원래 풋 오리엔티어링(Foot Orienteering,  지도와 나침반

으로 정해진 지점을 찾는 게임으로 유럽에서 인기있는 스포츠)을 배우기 위해 스웨덴으로 건너

갔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2009년에 귀화했다. 이후 뒤늦게 마라톤을 시작한 안데르손은

2010년 프랑크푸르트마라톤에서 2시간25분10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두바이 마라톤에서

2시간23분41초를 기록하는 등 놀라운 기록행진을 벌이고 있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폴라 레드클립(영국)이 2003년에 수립한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2시간15분25초)은 이후 8년간

근접조차 허용하지 않는 철옹성을 자랑하고 있다. 레드클립의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케서린

데레바는 2시간18분47초를 뛰었고, 이 두 명을 제외하고는 2시간19분을 넘어선 선수조차 없다.

2000년대 초반 두 선수의 라이벌구도는 많은 화제를 낳았고 이에 따라 여자 마라톤의 인기도

올라갔지만, 이후 두 선수를 대체할 만큼 꾸준히 활약하는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세계

여자 마라톤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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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2011년 상반기 세계마라톤의 판도를 살펴봤다. 아쉽게도 세계랭킹 상위권에서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올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우리는 한 대학 선수가

세계적인 강호들을 뒤로 하고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건국대 정진혁

선수로 비록 막판 뒷심이 부족해 2위로 골인했지만 마라톤을 시작한지 겨우 1년 만에 2시간10분

벽을 돌파했다는 점은 한국 마라톤계에 신선한 충격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 사진설명 : 올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아프리카 선수 3명과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진혁 선수

 

정진혁 선수 이외에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 오사카 세계육상과 베이징올림픽

등 무더위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이명승 등 한국 남자마라톤 대표팀은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단체전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여자대표팀 역시 단체전 메달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기록상으로 많은 차이가 있는 기라성같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세계육상선수권이지만

마라톤은 무더위가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신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남은 기간 최고의 노력으로 준비하고 최선을 다 한다면

그 동안 한국 육상에 실망했던 국민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본다. 부디

우리 선수들이 한여름 대구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한국 마라톤의 혼이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해 주길 기원한다.

 

홍창표 과장(cp007.hong@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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