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아시안게임 마라톤 프리뷰
스포츠와 삶의 아름다울 때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열정이 극한의 한계를 넘어 관중에게 전달되는 순간일 것이다. 우리는 그라운드에 펼쳐지는 인간 능력의 절정을 목격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제 우리는 월드컵에 이어 또 한번의 스포츠 축제를 곧 경험한다!
36억 아시안의 축제 한 마당! 2002 부산 아시아게임은 9월 29일 펜싱과 배구, 농구의 예선을 시작으로 16일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총 38개 종목에 420개의 금메달을 놓고 약 만 여명의 선수단은 자신과의 경쟁을 기다리며 웃음 지을 그 날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은 14회 대회로 참가국 및 참가인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이다. OCA(Olympic Committee of Asia) 전 회원국(43개 국가)에서 11,000여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이며, 북한의 전격적인 참가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로 14회 대회를 맞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라이벌 일본을 따돌리고 아시아의 2인자로 자리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본과는 종합 순위 경쟁 외에 많은 부분에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예상된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남자마라톤의 경우도 대표적인 경쟁 종목이다. 3회 대회에서 한국의 이창훈선수가 금메달을 기록한 이후 일본과 한국은 총 10번의 대회에서 나란히 5개씩을 획득하며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은 전통적인 한,일 양국의 대결구도를 보였다.(7회 대회는 마라톤 종목 제외) 한국은 1990년 북경대회에서 김원탁선수를 시작으로 19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황영조선수, 1998년 방콕에서 이봉주선수가 연속 금메달을 기록했다. 이번 부산대회에서도 이봉주선수는 한국의 4연속 우승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의 개인 2연패 기록은 1966년과 1970년 방콕대회에서(개최지가 두 대회 모두 방콕이다) 일본의 기미하라 선수가 2연패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의 이봉주선수도 1998년 방콕대회에 이어 이번 2002부산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리며 개인 2연패를 목표하고 있다. 이봉주선수가 우승 할 경우 팽팽했던 양국의 역대 메달 점유율에서 한국은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마라톤은 경기의 특성만큼이나 모든 걸 쉽게 예상하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에 일본은 3년 연속 2위 기록의 설욕을 위해 관록과 경험이 풍부한 다케이 류지(2:8:35)와 시미즈 코지(2:9:00) 선수를 파견해 남자마라톤은 어느 대회보다 더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아시안게임의 남자마라톤이 한국과 일본과의 경쟁 구도라면, 여자마라톤의 경우는 일본과 중국의 경쟁으로 볼 수 있다. 10회 대회부터 시작된 여자마라톤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2번씩 우승하며 팽팽한 실력을 보이고 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은 전통 강호인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 북한의 4자 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1990년 북경대회에서 이미옥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한 성적이 전부이며 국제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홈에서 개최되는 이점과 국민들의 성원을 안고 좋은 경기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경우는 1998년 방콕대회에서 김창옥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최근 국제대회에서 여자마라톤과 장거리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2002 부산대회에서도 함봉실선수는 일본과 중국이 가장 견제하는 다크호스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 버금가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무서운 상승세의 북한, 그리고 오랜 시간 부상을 털고 출전하는 첫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권은주선수 등 2002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우리는 수준 높은 레이스를 관전할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본인의 최고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했던 세계적인 여자마라토너인 일본의 다카하시 나오꼬 선수는 그 전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획득으로 자신감을 얻어 그녀는 2년 뒤 열린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었고, 각종 대회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한국 선수들도 아직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을 이번 대회에서 마음껏 펼쳐 한국의 다카하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승리하기 보단 최선을 다 할 선수들! 이제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승패를 떠나 그들이 선사하는 스포츠의 매력으로 빠져보자. 스포츠는 지느냐, 이기느냐 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이 각본 없는 드마라에서 우리 선수들이 흘린 땀의 가치만큼 훌룡한 결실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본다.
(삼성전자 육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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